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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억대 제주 문화기획 사기 '도민은 왜 속았나'
13개월 만에 100여명 투자...전문가 "삶의 가치 투자와 수익에 몰입"
제주CBS 문준영 기자

A컴퍼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A컴퍼니 대표는 투자 사기 사건으로 현재 경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A컴퍼니 홈페이지)

제주 문화기획사 대표의 수백억대 투자사기 사건으로 제주가 들썩였다.

취재결과 2016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계좌 회전금만 370억이 넘었고, 거래 당사자만 100여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던 A컴퍼니 대표 김모(33)씨는 지난 15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자수했다. 현재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서귀포시 일대를 전전하던 김씨는 경찰의 추적에 압박을 느껴 스스로 경찰에 걸어 들어왔다.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는 15명, 피해금액은 26억7000만원이다.

김씨는 단기에 높은 이율을 약속하거나 행사유치를 위해 통장잔고증명이 필요하다는 등의 허위 명목을 내세워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좌에 등장하는 100여명 가운데 피해신고자는 고작 10여명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왜 신고를 하지 않고 있을까. 사람들은 왜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부실한 계약으로 김씨에게 투자했을까.


◈ A컴퍼니 대표 김씨, 그는 누구인가

김씨의 취미이자 특기는 사진이었다. 2010년도 초반 그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 출마 후보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대학가 인맥을 구축한다.

사진촬영과 DJ공연 등을 한다고 지인들에게 자신을 소개했고, 자연스럽게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축제 등에 관여했다. 실제로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학생회 출신들이 김씨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김씨는 제주시에서 피트니스센터와 술집을 운영한다고 SNS등을 통해 지인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그렇게 개인사업체로 수년간 활동해온 김씨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제대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투자를 받기 시작한다.

(사진=자료사진)

실제로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경험이 있는 B씨는 “대학에서 축제와 관련해 김씨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돈이 많아보여서 어디서 돈이 생기느냐고 물었는데, DJ공연 수입과 투자 등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7~9월 투자금을 이용해 제주에 가수 등을 불러 무료 콘서트를 진행한다.

볼빨간사춘기, 혁오밴드, 로이킴, YB, 박정현, 허각, 케이윌 등 대형 가수를 제주로 불러들이며 젊은 층을 대상으로 명성을 쌓아 올린다. 이때까지 김씨는 회사 설립을 하지 않았다. A컴퍼니가 주식회사로 법인등기를 마친 건 2016년 10월이다.


◈ 투자 회전금액만 370억원, 계좌 거래내역 등장인물만 100여명. 피해 신고는 15명?

투자는 지인들로부터 시작됐다. 김씨는 원금에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주변에 투자를 권했다. 1000만원을 빌려주면 1200만원을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김씨는 빠른 회전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았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을 빌려주면 9시간 뒤 2030만원을 되돌려 주고, 1억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만에 1억2500만원을 주는 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과 함께 회수할 수 있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김씨가 주변 지인에게 보낸 투자 권유 문자. 원금에 20%를 상환해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5~20%라는 단기 수익을 맛본 사람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김씨를 소개하며 액수는 점점 불어났다. 투자자들이 원금과 함께 돌려받은 이자는 다른 사람이 빌려준 돈으로 채워졌다.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실제로 63억원을 빌려준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한 달여 만에 74억원을 돌려받았다. 한 순간에 11억을 벌었다. 이렇게 김씨와 1~2년 가까이 거래했던 사람들은 수익을 올렸다. 실질적인 피해자는 김씨가 잠적하기 전인 지난 2~3월 순수하게 돈을 빌려준 10여명의 사람들이다.

김씨 계좌에 등장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사이의 젊은 층이다. 50~60대는 극소수다. 이중에는 연예인도 포함됐다.

도내 문화공연 업체 관계자는 “김씨가 SNS 등에 개인사비로 공연을 준비했다는 내용을 올려 관련 업체 등에서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며 “한때는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갈무리(사진=김씨 SNS)



◈ ‘수익에 눈 먼 자들의 도시’ 제주

김씨는 전문가도, 문화공연 업게에 튼튼한 기반을 가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최근 3년간 그가 진행한 사업을 보더라도 이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사업은 없었다. 콘서트도 모두 무료였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단순 문자와 대화로 그에게 선뜻 금액을 내줬다. ‘단기수익’에 눈이 멀었던 것이다. 제주에서 혈연?학벌?친척 등 지인 문화를 강조하는 일명 ‘괸당 문화’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동부경찰서 박미옥 수사과장은 “많은 수익을 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왜 사람들이 실체가 없는 이에게 속았는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고영철 교수는 “제주도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본에 대한 가치가 굉장히 높아졌다. 사람들 대화 중 대부분이 땅, 건물 이야기”라며 “도민들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투자와 수익 등 자본에 많이 치우처진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문화 기획 사기 사건이 커지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김씨로부터 수익을 올린 사람을 법적으로 강제할 방안은 없다. 김씨와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사적 돈거래 관계였다. 피해자들은 김씨로부터 피해금을 받아야 한다.

김씨에게 과거 돈을 빌려줬던 C씨는 “주변 지인들 중에 김씨로부터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의 가치를 뒤로하는 제주의 자본시장은 이제 도박 수준으로 가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약속했던 이익금 지급 가능 여부와 피해금액 은닉여부, 사용처 등을 조사 중이다.

또 김씨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등의 입건 여부 등도 검토하고 있다.

jeju@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초작성시간 : 2017-05-22 오전 10:53:36
최종편집승인시간: 2017-05-22 오전 11: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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