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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서울대까지...희망을 만드는 18살 형효
[제주CBS인터뷰]신생아부터 제주홍익보육원..."소외된 학생 위한 교사 될 것"
제주CBS 문준영 기자

제주시 홍익보육원 김순실 원장과 김형효 학생 (사진=문준영 기자)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해요. 잘하는 아이들만 이끌어가는 교사가 아닌, 소외된 아이까지 함께 이끌어가는 그런 교육자가 되고 싶어요.”

신생아 때 제주의 한 보육원에 맡겨져 18년 동안 생활해 온 김형효(18)군이 올해 2018년도 서울대학교 수시 모집(역사교육과)에 합격했다.

지난 28일 제주시 홍익보육원에서 만난 형효는 “한 사람에게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해주는 활동이 교육”이라며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길을 이끌어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형효는 지난 1999년 신생아 때 미혼모로부터 홍익영아원에 맡겨졌다.

어머니 역할을 해온 김순실(65) 홍익보육원 원장은 “그때는 한 달에 신생아들이 3명씩 맡겨질 정도로 입소 인원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원장은 “물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혹시 부모가 형효를 알아볼까봐. 사정이 좋지 않아 형효를 보고 싶어도 찾아올 수 없을까 걱정이 된다”며 자세한 입소 배경을 삼갔다.

옆에 있던 형효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홍익보육원 앨범에 있는 어렸을 적 형효 (사진=문준영 기자)

형효는 어릴 적부터 집중력이 남달랐다. 김 원장은 “우리 아이들 중에는 산만한 애들이 많은데, 형효는 일반 아이들과 달리 무언가에 집중하면 시선을 절대 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형효는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보였다. 다만 초등학교 1학년 보다 2학년 때 성적이 좋았고, 2학년 때보다 3학년 때 더 공부를 잘했다.

4학년 때 한국사와 역사를 배우며 공부에 매진했고, 그때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역사란 것이 사람 간의 이야기에요. 하나의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이 사람들이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스로 대입하고 물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역사에 매진하게 됐어요.”

이후 형효는 제주오현중, 오현고등학교에 입학,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영어·수학 학원을 다니며 부족한 공부를 채웠다.

김 원장은 “제주시 화북에 예량학원, 빅터영어학원에서 형효의 사정을 알고 학원비를 후원해줬다”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28일 제주시 홍익보육원에서 만난 김형효 군 (사진=문준영 기자)

형효는 학창 시절 김 원장과 보육원 선생님들의 속을 한 번도 썩이지 않았다. 부모의 빈자리를 딛고 일어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전진했다.

물론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제가 이곳(보육원)에 사니까 학교 친구들이 다른 생각(보육원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될 까봐 스스로 노력했어요. 부모님이 없다고 외롭거나 그렇지도 않았고요. 보육원과 어머니(원장님)가 많은 사랑을 주셨으니까요. 다만 대학교에 면접 보러 갈 때 기분이 조금 그랬죠.”

형효는 2018년도 수시모집에 서울대(사범대학 역사교육과)와 고려대(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연세대(교육학부)에 모두 합격했다.

여러 번의 면접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과 빈자리를 느꼈다.

“대학 면접 보러갈 때 친구 어머니와 같이 갔어요. 그런데 면접 보는 학교가 달라 서로 헤어졌죠. 사실 학교에 갈 때는 상관없었는데, 면접이 끝나고 한명씩 밖으로 나올 때. 그때 밖에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인지 확인하려고 다들 쳐다볼 때. 그때 허전함이 컸어요.”

수시는 정보 싸움이다. 형효 혼자 수시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생보다 치열하게 입시 설명회를 챙기는 부모와 달리, 보육원 선생님들은 여러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탓에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다. 형효의 이번 결과가 더욱 값진 이유다.

인터뷰 내내 ‘소외된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형효의 말이 여러 번 마음속에 와 닿았다.

김 원장은 “형효가 잘되는 것도 좋지만,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보육원에는 형효 뿐만 아니라 응급구조 관련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과에 입학한 학생 등 자신의 꿈을 찾아 공부하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김 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다 나름의 성공을 하고 있고, 오늘도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형효는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학에 들어간 건 내 인생의 하나의 기회이자 과정이다. 서울대에 합격한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공부하며 사실 암기로만 생각하는데, 그것 말고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굉장히 많다. 이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3월이면 형효를 서울로 떠나보낼 생각에 김 원장은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28일 제주시 홍익보육원에서 만난 김형효 군 (사진=문준영 기자)

인터뷰를 마치고 형효와 밖으로 나오자 보육원 아이들이 “형!”하며 형효를 불렀다.

비록 태생은 다르지만 형효에게는 많은 동생들과 형, 누나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형효와 같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내 도망갔다.

형효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자 “등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들이 등대를 따라 길을 찾듯, 사회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잡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18살 제주 청년.

김형효 군의 꿈을 응원한다.


홍익아동복지센터는 지난 1950년대 설립, 70년 가까이 보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돌봄을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 90여명의 아동들의 보호자로 활동하며 사랑을 주고 있다.

mjh6824@gmail.com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초작성시간 : 2017-12-29 오전 7:14:58
최종편집승인시간: 2017-12-29 오후 1: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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