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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해국
24 제주관리자(jjcbs) 887 3005 2011-10-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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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에 꼭 봐야할 들꽃들이 있다. 그 때를 놓쳐버리면 일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꽃을 볼 계획은 사실 연초에 짜여 진 셈이다. 계속해서 매년을 봐오는 꽃들이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들꽃의 매력이다. 11월이 시작될 무렵이면 해국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지난 토요일에도 해국을 만나러 일출봉이 보이는 바닷가를 찾았다. 

해국은 중남부 내륙에도 고루 분포하지만 남해안 여러 섬을 비롯해서 울릉도 독도에서도 자란다. 제주에서도 10월 중순이면 동쪽 바닷가를 시작으로 겨울인 12월까지 꽃이 피는데 제주의 바닷가를 연보랏빛으로 물들인다. 키는 30~60cm 정도 자라며 다른 국화과 식물처럼 가운데는 노란색의 관상화가 있고 그 주위에는 연보라색 아니면 흰색의 설상화가 달려 집산화서를 이루고 있다. 

줄기는 바위나 절벽 틈새를 찾아 뿌리를 내리고 있고 가지는 줄기 아랫부분부터 많이 갈라지면서 비스듬히 드러누워 자란다. 키가 작은 대신 뿌리가 아주 깊게 박혀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바닷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하여 번식을 해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꽃은 줄기 끝에 모여 피며 주걱 모양의 잎도 바닷바람을 잘 견디기 위해 양면에 두툼하고 보송보송한 털을 가졌다. 이처럼 작은 꽃들이 모여서 집산화서를 이루고 바닷바람에 잘 견디기 위한 여러 갈래의 줄기 등 모든 것이 좋지 못한 바닷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국의 전략인 것이다. 

바닷가 바위는 식물들이 자라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다. 흙을 머금을 수 있는 토양도 부족하고 꽃이 피는 시기에는 일교차도 심하다. 이런 좋지 못한 환경에서 해국은 꽃을 피우고 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흙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바위틈이든 벼랑이든 뿌리를 내리고 짠물을 견디면서 꿋꿋하게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해국은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는 꽃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고 있는데 공원이나 도로변 화단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꼭 바닷가로 나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꽃이 된 셈이다. 또 뿌리, 줄기, 잎은 이뇨에 좋고 방광염에도 효과가 있어 민간에서는 예전부터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국화’라 하여 해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연보랏빛의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꽃무리에서 풍겨 나오는 그윽한 향기는 더할 나위 없다. 바로 옆의 풀밭에 갯쑥부쟁이가 피어 있기라도 하면 그 곳이 바로 천상의 화원이다. 꽃은 먼 바다를 향하고 있다. 바다 건너 육지로 간 연인을 기다리고 있음인지 그리움이 잔뜩 묻어있다. ‘기다림’ ‘이별’이 해국의 꽃말이라 하는데 잘 붙여졌다는 느낌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그렇듯 가을에 피는 해국도 지난 일을 추억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해국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 새롭다. 7년 전 토요일 오후 일출봉을 배경삼아 바닷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바위 위를 꽃으로 뒤덮은 광경을 보고 너무나 흥분했던 기억. 한라산은 저녁노을로 붉은 색이었고 길게 늘어뜨린 흰 구름으로 휘감긴 다랑쉬오름. 거무티티한 현무암과 함께 담아보기도 하고 우도를 배경으로 담아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첫 만남이었다. 

가을이 깊어 조금 있으면 겨울이다. 모두가 겨울을 준비하며 조금이라도 몸을 움츠릴 수 있는 시간에 해국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은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 시기가 되면 해국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만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년이 늘 기대가 된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피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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