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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용담
33 제주관리자(jjcbs) 908 3077 2011-11-14 16:08
  파일 저장 : 용담_1~1.JPG (81KB)


육지와는 달리 제주의 오름에는 초겨울까지도 꽃들이 남아있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꽃이 용담이다. 용담은 빠르면 8월 말쯤이면 한라산 정상 근처에서 볼 수 있지만 오름에서는 겨울로 접어든 12월까지도 만날 수 있을 만큼 꽃이 피는 기간이 아주 길다. 마른 풀섶 사이로 봉긋이 내민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기도 하지만 계절이 주는 황량한 느낌과는 달리 너무 당당하다. 

용담은 용담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제주에서부터 북쪽지방까지 가을철 햇볕이 잘 드는 풀밭이면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크기는 보통 사람의 무릎 가까이 자라는데 추운 고산지역에서는 손바닥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녀석도 있다. 꽃은 꽃잎 하나가 암수술을 싸고 있는 통꽃으로 꽃잎 윗부분은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가운데 부분이 조금 볼록하다 아래로 내려오면 급하게 좁아지는 종 모양을 하고 있다. 꽃잎 안쪽에는 작은 반점들이 보이고 수술 5개와 암술 1개가 있는데 꽃은 꽃자루 없이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잎 표면은 처음에 녹색을 띠고 있으나 가을이 깊어지면 붉은 색으로 단풍이 들기도 한다. 

용담의 꽃 색깔은 여느 가을꽃처럼 진한 색을 띠고 있다.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자주색과 보라색을 섞어놓은 독특한 색으로 쓸쓸한 가을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꽃이 지고 난 다음에도 열매를 오래도록 달고 있어 시들어버린 주변의 황량한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용담의 꽃말은 ‘슬픈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다. 꽃말은 또 한편으로 슬프고 어려울 때 위로해주고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그렇게 하자는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있어 그런지 용담을 노래한 시도 많다. 김진수는 ‘용담’이란 시에서 ‘여름 내 깊어진 남보랏빛 그리움 / 온 몸에 짙디짙게 물들이지요’라고 용담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 한다. 또 정일근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숙을 알고 있다’라는 시에서 ‘길 잃은 벌들이 찾아와 / 하룻밤 자고 떠나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숙’이라고 용담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용담은 초겨울까지 꽃을 피워 식량을 구하기 힘든 시기에 활동하는 벌들에게는 아주 고마운 식량창고의 역할을 한다. 또 복효근 시인은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라는 시에서 ‘그대 슬픔의 산 높이에서 핀다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고 하여 진솔한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기도 했다.

용담은 독특한 모습과 달리 약재로 더 알려져 있다. 한자로는 龍膽(용 용, 쓸개 담)이라 쓴다. 풀이하면 용의 쓸개라는 뜻이 된다.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쓴 맛이 웅담보다 더 강하여 용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름에서 느껴지지만 용담의 뿌리는 예부터 한방에서 아주 특별한 약재로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약효가 얼마나 영험했으면 상상속의 동물인 용을 등장시켰을까. 간기능보호, 이뇨작용, 혈압강화, 진정작용, 항염증 작용을 하여 소화불량, 담낭염, 황달, 두통, 당뇨,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용담이 약재로 중요하게 쓰였다는 것은 전설에서 잘 나타난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어느 농부가 겨울에 쓸 땔감나무를 하러 갔다가 포수에 쫒기는 토끼를 구해줬는데 토끼가 이상한 풀뿌리를 캐어 주었다. 그것을 입에 넣고 씹었더니 쓴맛이 말 못할 정도였다. 농부가 화가 나서 토끼를 잡아 죽이려 하자 토끼는 산신령으로 변하여 그 풀이 용담이라는 약초이며 그 약효를 알려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 서양에서도 용담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용담은 젠티아나(Gentiana)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다. 젠티아나는 일리리안이라는 나라의 왕 젠티우수(Gentius)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으로 ‘나라에 흑사병이 돌아 많은 백성이 죽어가자 왕은 높은 산에 올라 ‘이 병을 물리칠 약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서 활을 쏘았는데 쏜 화살이 풀뿌리에 박혔는데 그 풀이 용담이며 그 뿌리를 모아 병을 낫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설에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약재로 용담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 약효는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모양이다. 

용담은 계절에 맞게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늦가을까지 피어 황량한 들판을 조금이라도 채워주는 것 같아 좋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꽃이 용담이다. 은은한 자줏빛의 꽃과 서서히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단풍이 드는 잎은 늦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린다. 이 시기에는 꽃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거기다 아름답기까지 한 용담을 본다는 것은 꽃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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