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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겨우살이
36 제주관리자(jjcbs) 871 2686 2011-12-08 18:06
  파일 저장 : 12월18~3.JPG (139KB)


이 맘 때쯤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나무 끝에 아직도 새파란 잎을 달고 있는 나뭇가지가 뭉쳐있는 것이 간간이 보인다. 마치 새의 둥지 같다. 그 나뭇가지에는 노란색, 붉은색 열매가 풍성하게 달려 특히 눈이 내린 날에는 고운 모습을 연출한다. 이 열매의 주인이 다름 아닌 나무에 기생하여 사는 겨우살이이다. 

스스로 양분을 전혀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또는 조금은 만들어 낼 수 있다 할지라도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만들 수 없어 다른 식물에 기생하기도 하고 동물이나 곤충의 사체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이런 식물을 기생식물이라 하는데 광합성이라는 것을 통해 영양분을 얻고 살아가는 일반적인 식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생식물 중에는 겨우살이처럼 스스로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지만 숙주식물에서 유기물, 무기물을 흡수하는 반기생식물이 있고 억새에 기생하는 야고처럼 완전히 다른 식물에 영양을 의존하는 전기생식물이 있다. 기생식물은 ‘흡기’라고 하는 뿌리를 내려 숙주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다. 

반기생식물인 겨우살이는 활엽수에 잘 자란다. 잎이 있어 영양분을 만들 수 있어 숙주식물로부터는 부족한 영양분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주로 수분을 취한다. 간혹 숙주나무에 뿌리를 깊게 내리기도 하는데 영양분과 물을 공급하는 숙주나무의 원줄기 관이 막혀 그 부분이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심하면 가지를 말라 죽게 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겨우살이는 숲속의 약탈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제주에 자생하는 겨우살이라고 부르는 식물로는 겨우살이 말고도 꽃이 성냥개비를 닮은 참나무겨우살이, 연초록의 열매 사이에 마디가 있어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동백나무겨우살이 등이 있다. 제주에는 없지만 꼬리겨우살이라는 식물도 있다. 겨우살이가 한라산 대략 해발 600m 이상에서 자라는데 비해 참나무겨우살이나 동백나무겨우살이는 비교적 지대가 낮은 곳에서 자란다. 

겨우살이는 3월에 꽃이 피어 10월부터는 노란색이나 붉은색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과육이 발달하여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하지만 종자에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점액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그대로 배설되는 경우가 많고 배설된 종자는 나무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새들이 먹고 나면 점액 때문에 부리에 붙은 종자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떼어내기 위해 새들은 나무줄기에 부리를 비벼대게 되고 나무껍질 사이에 붙은 종자는 발아하여 싹을 틔우게 된다. 어떤 때는 열매껍질을 스스로 열리게 하여 종자를 나무줄기에 붙이기도 한다. 

겨우살이는 상록성이어서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다. 흙과 접촉하지 않아도 꽃을 피워서 예전부터 신기한 식물로 여겨져 왔다. 더욱이 요즘은 대부분의 기생식물들이 흔하지 않기도 하지만 약효가 뛰어나 동맥경화, 고혈압, 중풍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항암효과까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귀한대접을 받고 있다.  

서양에서는 겨우살이를 좋은 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에 문 위에 달아두기도 하는데 그 아래를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또 연인들이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를 하면 앞으로 행복하고 오래 산다고 여기는 풍속도 전해진다. 

겨우살이는 숙주식물이 다 말라죽어도 자신의 영양분을 나누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겨우살이는 영양분을 훔쳐가기만 하고 나누어주지 않는 약탈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는 식물임에도 틀림이 없다. 자연은 이처럼 다양한 모습들을 모두 껴안는다. 그래서 자연을 이야기하면서 쉽게 결론을 내버릴 일은 아닌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올 겨울에는 한라산을 올라보자. 나뭇가지 위에 눈송이와 어울린 붉은색, 노란색의 겨우살이 열매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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