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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야고
37 제주관리자(jjcbs) 849 2647 2011-12-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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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은 대부분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급히 결실을 하며 가을꽃들은 느긋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직접 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여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식물들도 있고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이 분해되어 나온 유기물을 흡수하여 양분을 얻고 살아가는 부생식물도 있다. 이처럼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기생식물은 관심의 대상이다. 이것은 귀한 약재가 되는 식물도 있기도 하지만 개체수가 많지 않다는 희귀성에 있다. 제주의 억새밭에는 야고라는 기생식물이 있다. 야고는 스스로는 전혀 양분을 만들지 못하는 전기생식물에 해당된다. 억새의 도움이 없이는 꽃도 피우지 못하고 결실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야고에게 억새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은빛 억새의 물결에도 탄성을 짓지만 그 아래 숨어있는 야고를 보는 순간 언제 그랬듯 주저앉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억새의 입장에서 보면 양분을 나눠주면 기껏 키웠지만 관심을 빼앗기니 억울한 면이 많은 셈이다. 

야고는 열당과 식물로 한해살이 풀이다. 꽃이 담뱃대를 닮아 담배더부살이라고도 하고 사탕수수겨우살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줄기는 매우 짧아 땅위로 올라오지 않으며 몇 개의 잎이 있는데 비늘조각 같은 갈색이어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다. 꽃은 9월이 되면 볼 수 있는데 꽃자루가 10~20cm 정도 올라와서 끝에 분홍색 통모양의 독특한 꽃 하나가 달린다. 꽃잎 끝은 5조각으로 조금 벌어지고 그 속에는 4개의 수술과 둥근 암술이 함께 있다. 결실을 하면 둥근 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열매가 익으면 벌어지면서 그 속에서 아주 작은 씨앗들이 나와 뿌려지게 된다.

꽃모양은 야고의 다른 이름처럼 담뱃대를 닮기도 했고 마이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목젖을 닮은 암술머리가 보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구에 처음 등장했던 식물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할 정도로 단순하고 원시적이다. 

기주식물은 억새이다. 그러나 사탕수수겨우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봐서 사탕수수에 기생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벼과식물에 기생하는 한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억새 이외에 기생하는 기주식물은 보고된 바 없다. 

야고는 동남아 일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울 난지도 하늘공원에도 야고가 핀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것은 난지도를 공원으로 만들면서 제주도에서 억새를 가지고 갔는데 씨앗이 억새에 붙어 옮겨갔고 쓰레기 매립에 의한 가스의 발생으로 억새 주변의 온도를 올려 꽃이 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지역의 억새에 야고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제주에서 시집간 야고인 셈이다. 

야고라는 이름은 생약명인 야고(野孤)에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도 같은 이름을 쓴다고 하는데 생약명을 그대로 이름으로 쓰는 것으로 보면 예전부터 약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음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전초를 생으로 또는 말려서 약으로 썼다고 한다. 인후통, 요로감염, 골수염 등의 해독작용에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사람들이 야고를 보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벌초를 할 때이다. 이것은 야고가 필 때와 제주의 벌초 때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낫을 들이대고 억새를 잘라내는 순가 그 틈사이로 들어왔던 야고. 책에서 봤던 야고를 만나는 기쁨이 좋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을 잘라낼까 말까 망설이다 첫 만남의 기쁨 때문에 억새만 베어내고 그냥 내버려뒀던 기억이 새롭다. 

야고라가 기생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약탈한다’는 느낌 때문에 선뜻 마음을 내주지 못한다. 그러나 기생식물들이 때로는 기주식물들을 죽게 한다는 글을 본적은 있지만 야고 때문에 억새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억새가 갖지 못한 꽃의 느낌을 함께 생활하는 야고에서 느껴 볼 수 있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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