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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닭의장풀
38 제주관리자(jjcbs) 948 2609 2011-12-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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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을 잡초라 부른다. 이는 아무데서나 자라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반대로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잡초처럼 강하게 살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말속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잡초의 강한 긍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잡초들이 자라는 환경은 사람이 활동하는 장소와 겹치는 곳이 많아 밟히고 뽑히기를 수없이 반복되어 왔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꿋꿋이 후손을 이어오고 있다. 

잡초 가운데 ‘꽃 중의 하루살이’로 불리는 닭의장풀이라는 꽃이 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고 마는...’하는 노래가사에 등장하기도 한다. ‘꽃의 하루살이’라 했지만 사실상 반나절이면 꽃잎을 닫아버릴 만큼 피어있는 시간이 짧다. 그래서 영어 이름도 ‘Dayflower'이다. 닭의장풀은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이 닭 벼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변이나 야산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사람들의 눈에 너무 흔히 띄어서 그런지 닭의장풀에 붙여진 다른 이름들도 많다. 닭의장풀 말고도 닭과 관련되어 달개비, 계거초, 닭의밑씻개, 닭의꼬꼬라는 이름도 있다. 꽃잎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척초, 잎이 대나물처럼 마디를 가졌다하여 죽절채, 꽃이 파란색을 띤다 하여 남화초, 벽선화라 부르기도 한다. 닭의장풀 종류로는 국내에 닭의장풀 외에도 좀닭의장풀, 애기닭의장풀 등 3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초 제주에서 고깔닭의장풀, 큰닭의장풀 등 2종의 귀화식물이 발견되면서 전국적으로 모두 5종이 자생한다. 

제주에서는 닭의장풀의 꽃을 6월이면 볼 수 있다. 보통 땅에 붙어서 자라며 키가 50cm 정도까지 크기도 한다. 꽃은 심장 모양을 하고 있으며 두 장으로 접힌 포에 싸여 있으며 꽃잎은 파란색 2장과 흰색 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꽃잎의 색깔도 파란색, 보라색, 흰색도 있지만 서로 색이 섞여 한쪽은 파란색이면서 다른 한쪽은 보라색을 띠는 꽃들도 있다. 암술은 1개이고 수술 6개인데 수술의 모양과 역할은 아주 독특하다. 

수술 6개 중 꽃잎 바로 앞에는 나비모양의 수술 3개가 있다. 그 앞에는 이 보다 좀 더 길쭉한 수술 1개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는 수술 2개가 있다. 나비모양을 하고 있는 노란색 수술 3개는 나란히 있는데 파란색 꽃잎 바로 앞이어서 눈에 잘 띈다. 꽃에는 꿀이 없기 때문에 매개체는 꽃가루라도 얻어가야 하지만 나비모양의 수술 3개에는 꽃가루도 없고 생식능력도 없다. 노란색 수술은 매개체의 눈을 끌어 들이기 위한 미끼인 셈이다. 

이 수술 바로 앞에 끝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 수술 1개가 또 하나 있는데 길쭉하며 휘어져 있다. 이 수술은 황갈색을 띄는데 꽃가루가 조금 있어 매개체가 나비모양의 수술을 보고 날아들면 몸과 다리에 곧바로 꽃가루를 묻힌다. 그러나 그 꽃가루는 충분치 않아 매개체를 붙잡아두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꽃가루는 맨 아래에 있는 나머지 수술 2개에 있다. 길쭉한 수술에서 매개체가 꽃가루를 얻는 동안 맨 아래에 있는 동그란 모양의 수술 2개는 재빨리 매개체의 몸에 꽃가루를 묻힌다. 잘 어울린 팀플레이다.

그러나 닭의장풀이 꽃잎을 여는 시간은 매우 짧아 반나절이면 닫아버린다.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한 꽃들의 입장에서 보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닭의장풀은 꽃잎을 닫기 시작하면 가장 길쭉한 수술1개와 맨 아래의 2개의 수술은 안으로 굽어 들면서 암술에 자신의 꽃가루를 묻힌다. 자기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좋은 씨앗을 물려주기 위해 다른 꽃가루를 받으려 한다. 그러나 매개체가 없을 때 자기의 씨앗을 남기고 후손을 이어 가려면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닭의장풀의 꽃가루받이는 90%가 자기꽃가루받이라는 보고도 있다. 잡초로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닭의장풀의 꽃말이 ‘순간의 즐거움’, ‘그리운 사이’라 한다. 꽃말처럼 겨울이면 늘 그리운 꽃이다. 그리고 아무데서나 보일만큼 개체수가 많아서 그렇지 꽃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이야기 하면 사람들에게 귀하게 대접받을 만큼 아름다운 꽃 중의 하나일 듯싶다. 여기에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잡초로서의 모습은 사람들의 생활과 많이 닮아있다. 한번쯤 잡초를 생각하고 닭의장풀을 이야기하며 내년을 계획해봄직도 한 날이다.
선물 감사합니다^^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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