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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백서향
41 제주관리자(jjcbs) 1115 2989 2012-01-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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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2월로 접어드는 겨울이지만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린다. 복수초에 이어 백서향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일반적으로 봄소식 하면 개나리, 매화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사실 백서향이 이들 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꼭 꽃을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이 시기가 되면 백서향의 향기가 그리워 곶자왈을 찾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백서향과 닮은 중국원산인 서향은 고려 충숙왕 때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붉은 꽃인 서향에 비해 흰 꽃이 피는 백서향은 우리나라에 자생한다. 백서향은 ‘제주도 기념물 제18호’로 지정될 만큼 서서히 사라져가는 귀한 나무이다. 일본에도 있지만 제주도의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곶자왈에서 자라며 거제도, 흑산도 등 남해안 섬지역의 바다와 가까운 숲에서도 볼 수 있다. 햇빛에서도 잘 자라지만 큰 나무 아래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늘푸른나무이면서 오래 자라야 키가 1m를 넘지 않은 작은키나무이다. 잎은 넓고 광택이 나며 곧추선 줄기 끝에는 하얀 꽃이 둥글게 달려 있다. 여러 그루가 함께 모여 꽃을 피우면 순백의 아름다움과 함께 풍성한 느낌을 준다. 

백서향은 꽃도 곱지만 향기가 좋다.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하여 천리향이라 부를 정도이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향기가 좋은 식물에 정도에 따라 이름을 붙이곤 했다. 백서향 외에도 금목서는 만리향이라 했다. 여름에 피는 키작은 나무꽃인 백리향도 있다. 난초는 십리향이라 했으며 다정큼나무도 향기가 좋아 칠리향이라 불렀다. 그 중에서도 백서향의 향기가 으뜸이다. 

꽃을 일찍 피운 만큼 열매도 6월이면 빨갛게 익는다. 그러나 그 고운 열매에 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먹을 수도 없고 일반인들이 함부로 쓰면 안되겠지만 한방에서는 예전부터 약재로 사용해왔다. 뿌리는 백일해, 가래제거, 타박상, 지혈제로 이용했고 잎은 어혈, 피부병, 종창의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백서향은 키도 크지 않고 꽃과 열매뿐만 아니라 향기가 좋아 집안에서 키워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곶자왈에 그렇게 많던 백서향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키우고 싶으면 산에서 직접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받거나 꺾꽂이 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조직배양 한 것을 사서 키울 수도 있겠다. 최근 백서향을 키우는 기술이 개발되어 꽃가게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며 지나치기 쉬운 일이 식물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백서향은 특이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명이 30년을 넘지 못하고 열매도 잘 맺지 못하여 후손을 이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백서향에는 줄기나 잎은 무성하지만 과실이나 뿌리 등의 발육이 부진하고 착색이 불량하게 되는 과번무 현상이 있다. 상부에 비해 하부가 과번무하면 줄기가 땅에 닿게 되고 그 곳에서 뿌리가 내려 다시 줄기가 올라온다. 백서향의 기막힌 생존전략이다. 그래서 키울 때는 4~5년에 한 번씩 가지를 솎아주는 것이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이라 한다.

백서향에 대한 전설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온다.
‘하루 종일 김장, 도배 등 겨울 준비로 바빴던 비구니가 피곤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얼만 지났을까 깊이 잠이 든 비구니가 향기에 취해 잠에서 깨었습니다. 비구니는 꽃향기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꿈에서 본 흰 꽃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습니다. 향기를 뿜는 꽃 사이로 나비와 벌이 날아다니고 멀리서 새들이 노래를 합니다. 향기가 가득하여 모든 동물들도 행복합니다. 향기를 뿜는 꽃 중에 으뜸이었습니다.’라는 이야기이다.

비구니가 잠결에 맡은 기분 좋은 향기를 찾아갔더니 이 꽃나무를 발견했다고 하여 처음에는 꽃 이름을 수향(睡香)이라 불렀다. 그러다가 상서로운 향기라는 뜻으로 서향(瑞香)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이 전설 때문인지 백서향은 ‘꿈속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조금 있으면 곶자왈은 백서향 향기로 가득하겠다. 봄바람은 백서향의 향기를 실어 곶자왈 곳곳을 뿌려 놓으면서 숲속의 봄을 재촉하겠다. 근무지에도 아직 꽃망울이 달려있는 백서향 두 그루가 있다. 조금 기다리면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겠지만 며칠 전 느꼈던 곶자왈의 백서향의 향기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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