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CBS

 
 
시사메거진 제주
목록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새끼노루귀
43 제주관리자(jjcbs) 938 2998 2012-02-13 09:57
  파일 저장 : 새끼노루귀_- _흰색.jpg (74KB)


갑자기 다시 추워졌습니다. 어제부터 생태숲에도 눈이 많이 내려 무릎까지 쌓였습니다. 제주의 눈은 가로 방향으로 내린다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겨울바람이 드셉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난 주 봤던 새끼노루귀가 궁금해집니다. 얼어 죽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한파가 오기 전 꽃을 피웠는지. 어쩌면 새끼노루귀는 이시기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일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풀리면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살포시 고개를 내밀 것입니다. 그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알지만 따스한 봄볕 내리는 날의 새끼노루귀의 귀여운 모습이 그립습니다.

노루귀 종류에는 새끼노루귀 외에도 한반도 전역에 자란다는 노루귀와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노루귀가 있습니다. 새끼노루귀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의 섬에 자란다고 식물도감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북쪽인 변산반도 등 중부지방에 있는 것도 새끼노루귀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노루귀와 새끼노루귀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차이에 대한 확실한 정리가 되어 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제주에 피는 것은 새끼노루귀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새끼노루귀는 2월이면 꽃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봄이 시작될 무렵인 3월이면 절정을 이룹니다. 키는 커봐야 7cm 정도를 넘지 않고 꽃자루는 날씬한 각선미를 자랑합니다. 뽀송뽀송한 솜털을 가진 꽃자루와 파스텔로 그린 것과 같은 흰색, 분홍색 꽃은 이름만큼이나 앙증맞습니다. 잎은 꽃이 필 때 함께 올라오지만 굉장히 작아 눈여겨보지 않으면 꽃만 보이고 잎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끼노루귀의 꽃자루 끝에는 꽃이 하나씩 달려있습니다. 꽃을 한창 피울 때쯤이면 잎은 뚜렷이 세 갈래로 갈라지고 좀 더 자란 잎에는 흰 무늬가 선명합니다. 잎 뒷면도 꽃자루처럼 털이 많아지면서 조금 뒤로 말려있어 모습이어서 전체적으로 보면 잎은 새끼노루의 귀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새끼노루귀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오는 풀이라 하여 파설초(破雪草)라는 이름으로 불려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새끼노루귀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꽃받침이 발달한 모습입니다. 이것을 꽃받침조각이라고 합니다. 암수술을 보호해주는 꽃잎이 퇴화하여 꽃받침이 꽃잎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꽃받침조각을 지탱해주는 3개의 포에도 털이 많고 귀여운 모습입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적응한 결과이지만 꽃의 크기가 크지 않을뿐더러 꽃잎이 퇴화할 정도로 새끼노루귀는 급히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새끼노루귀는 낙엽수가 있는 숲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봄이 되어 나무에 잎이 돋기 시작하면 햇빛을 가려 광합성을 못하게 됩니다. 광합성을 못한다는 것은 영양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새끼노루귀는 이른 봄 일찍 꽃을 피우고 숲속의 나무가 잎을 만들기 전에 꽃가루받이를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새끼노루귀는 꽃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몇 개씩 무리지어 꽃을 피움으로써 멀리서 보면 큰 꽃처럼 보이게 합니다. 곤충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런 이유로 새끼노루귀의 은은한 아름다움과 그 속내를 보려면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를 낮추고 허리를 굽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새끼노루귀의 잎도 나물로 무쳐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잎에는 쓴맛이 있고 뿌리에는 독성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뿌리를 제거하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물에 담가낸 다음 우려내고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 생약명으로 장이세신(獐耳細辛)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두통과 장 질환의 약용으로 이용했습니다. 또 폐결핵, 기침, 류마티스 등의 약재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노루귀의 꽃말은 믿음 또는 인내라고 합니다. 꽃말처럼 새끼노루귀는 여러 해 만나다 보면 작지만 추위에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어 대단한 인내를 가졌다는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주의 식물을 공부하기 위해 육지에서 손님들이 생태숲을 방문했습니다. 정년퇴임하고 생태공부를 하는 분들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만남입니다. 오늘은 눈을 헤치며 제주의 겨울나무를 살펴보았습니다. 잔뜩 내려간 기온 때문에 온 몸을 떨면서도 하나라고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의 열의는 새끼노루귀의 꽃말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별꽃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흰털괭이눈
이전 다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