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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변산바람꽃
46 제주관리자(jjcbs) 978 2475 2012-03-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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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2월은 이십여 일 눈이나 비가 와서 춥고 궂은 날씨의 연속이었습니다. 3월이 되었지만 싸한 공기는 대지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올라오던 봄꽃들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서서히 꽃 소식이 들립니다.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숲이지만 낙엽 사이에서 복수초, 노루귀에 이어 변산바람꽃이 봄을 열고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은 2월이면 제주도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한반도로 상륙하는데 변산반도를 거쳐 지리산, 설악산까지 번져갑니다. 바야흐로 한 달 정도는 전국의 숲이 변산바람꽃 세상이 됩니다. 발에 밟힐 정도로 군락을 이룬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장관이어서 해마다 카메라에 담곤 합니다. 이 시기에 피는 봄꽃 가운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꽃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키는 7cm 정도, 꽃의 지름도 대략 2cm에 지나지 않아 연약해 보입니다. 꽃은 연분홍색이 약간 들어가긴 했지만 흰색이어서 수수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여성스런 느낌 때문에 변산아씨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녀린 꽃대에 의지하여 꽃샘추위가 오기도 전에 꽃을 피워낸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꽃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숲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산바람꽃도 특이한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봄꽃들처럼 숲 속의 나무들이 나뭇잎을 달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나뭇잎이 돋아나면 햇빛을 가려 양분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꽃을 먼저 피우고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나서야 잎을 돋우고 영양을 보충합니다. 또 빛에 민감한 다른 바람꽃에 비해 개화시간이 긴 편입니다. 이것은 하루해가 짧은 시기에 꽃이 피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오랜 시간 꽃을 피워 꽃가루받이를 더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리고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꽃받침입니다. 흰색의 꽃받침은 5~6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꽃잎이 퇴화해서 꽃받침이 그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꽃을 빨리 피우고 결실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꽃잎까지 달고 있는 것이 거추장스러웠나 봅니다. 꽃잎은 꽃받침 안에 초록색과 노란색이 섞인 깔때기 모양으로 암수술과 함께 솟아 있습니다. 깔때기 모양으로 변한 꽃잎 속에는 꿀샘이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은 이 꿀을 이용하여 이른 봄에 활동하는 곤충을 유혹하는 것입니다. 

바람꽃은 우리나라에 20여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은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피는 꽃입니다. 이름에 변산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것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명도 Eranthis byunsanensis입니다. 속명인 Eranthis은 봄꽃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봄꽃의 대표선수로 손색이 없는 변산바람꽃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또 byunsanensis는 처음 발견지인 변산반도를 뜻합니다.

변산바람꽃은 키가 작아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지 않고는 쉽게 담을 수 없습니다. 또 조금 일렁이는 바람에도 꽃대가 흔들려 꽃을 담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변산바람꽃의 고운 모습을 즐기려 한다면 자세를 낮추고 긴 호흡으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변산바람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변산바람꽃은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에 낙엽 속에서 피어납니다. 그 곳에는 습기가 많고 간간이 바람이 불어오기도 합니다. 추위에도 가녀린 꽃대를 밀어 올리는 모습에서 강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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