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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왕벚나무
50 제주관리자(jjcbs) 1285 2854 2012-04-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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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화사하게 피었던 아파트 화단의 왕벚나무도 엊그제 내린 비에 많은 꽃을 떨어뜨렸습니다. 왕벚나무는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하면 길어야 5일 정도밖에 피지 않은 듯합니다. 왕벚나무의 아름다우면서 화려한 꽃을 오래 보고 싶은데 피는 시간이 짧아 늘 아쉽습니다. 그러나 저지대와는 달리 중산간 일대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요즘이 한창인 듯합니다.

국내에는 20여종의 벚나무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주에는 왕벚나무를 포함하여 10여종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벚나무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로 10m 정도까지도 자랍니다. 화려한 꽃과 6~7월에 익은 빨간 열매, 예쁜 가을단풍 때문에 최근에는 관상수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러나 왕벚나무의 아름다움과 달리 수명은 길지 못하여 100년을 채 못 넘긴다고 합니다. 사람의 수명과 비슷한 셈입니다. 그리고 벚나무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한번 가지를 자르면 썩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것을 방치하면 줄기가 썩고 일찍 고사하는데 가로수로 심은 왕벚나무가 50년을 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합니다. 오래도록 왕벚나무꽃을 보려면 가급적 가지를 자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주도의 저지대에서 시작된 왕벚나무는 빠른 속도로 한라산 전체를 화사한 모습으로 바꿔 놓습니다. 4월이면 잎이 돋기도 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나무 전체를 꽃으로 뒤덮어 버립니다. 꽃은 한꺼번에 피지만 질 때는 한 장씩 5개의 꽃잎을 떨어뜨려 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하면 마치 꽃비를 연상케 합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꽃비(花雨)라 하여 시의 소재로 이용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낙화의 아름다움을 매화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매화를 벚꽃으로 바꾸고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숭고한 멋으로 승화시켜 산화(散花)라 했습니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살특공대가 되어 미군함정을 향해 돌진했던 일화도 있습니다. 이것을 일본인들은 산화로 미화하여 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벚꽃은 일본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나라에도 학교, 관청, 도로에 왕벚나무를 심었습니다. 태평양 진출을 위해 교두보로 건설했던 진해시를 왕벚나무숲으로 바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진해시는 해방 후에도 몇 번에 걸쳐 대대적인 나무가 심어지면서 1963년부터 4월이면 군항제라는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또 창경궁 춘당지(春堂池)에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없애기 위해 동물원이 들어서고 그 주변은 왕벚나무로 채워져 궁궐은 유원지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시민의 밤벚꽃놀이를 즐기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후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에 왕벚나무가 베어지고 우리나라 자생종인 귀룽나무로 심어졌지만 아직도 군데군데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벚나무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국궁이라고 하는 활을 사용했습니다. 국궁은 재질이 좋은 벚나무와 탄력이 좋은 뽕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고 휴대하기 쉬워 달리는 말 위에서도 화살을 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자호란의 삼전도 굴욕 이후 효종은 대대적인 북벌계획을 세우는데 활을 만들 준비로 서울 우이동 계곡에 대규모로 벚나무를 심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또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경판도 64%가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음이 최근 현미경을 이용한 과학적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왕벚나무가 일본과 관련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일본의 나무라고 생각해서 베어내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왕벚나무는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사실이 많은 연구와 발표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는 도로나 공원 등에 관상수로 심어지는 곳도 많아지면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서귀포시 신례리와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왕벚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잘 보존해야할 가치 있는 자원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인 것입니다.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꿩의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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